브랜딩을 위한 단계 수립하기

September 18, 2021 · 6 mins read

브랜딩을 하고 싶은데 막막하신 분들을 위한 직접 깨지고 부딪히며 만들어가고 있는 우리 브랜드의 이야기를 해보겠다. 나는 현재 F&B 기업의 브랜딩팀 담당자로 일하고 있다. 처음 입사했을 때는 마케팅보다 더 넓은 범위의 브랜딩팀에 속해서 브랜딩이 뭔지 홀로 고민을 많이 했었다.

하지만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브랜딩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이내 깨닫게 됐다. 콘텐츠를 주로 기획하고 제작하는 업무를 맡았는데, 브랜드에 대해 정립된 내용이 모호하다보니 우리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넘쳐나는데, 제대로 전달되지는 못했다. 그래서 사실 브랜딩을 하자고 제안했던건 신입사원 나부랭이였던 나였다.

왜냐하면 우리 브랜드는 출시된지 5년차 된 브랜드이지만, 그 흔한 브랜드 컬러도 디자인 가이드라인도, 메시지도 뭐 하나 통일된 게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모두 중구난방 담당자의 성향과 대표님의 성향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렸다.

워크샵 때, 나는 그 동안의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저희 브랜드의 장점과 고객들을 향한 진정성있는 메시지. 참 좋다고 생각합니다. 일하면서도 좋은 브랜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항상 브랜드에 대한 색깔이 모호하다 보니, 그 상황상황에 급급한 선택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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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하나 잘 쌓아지고 있는게 아니라, 마치 너무나 기반이 불안정한 모래위에 성을 쌓는 기분이 들어요. 브랜드 런칭 5년인 지금 정하지 않으면 앞으로 그 누구도 정하지 않을 겁니다. 저는 일할 때 좀 더 확신을 갖고 싶어요. 우리는 이런 브랜드이고 이런 목표가 있고 이것이 우리의 공통된 목표임을 인지하고 더 몰입하고 싶습니다.”

대표님은 그 말을 들으시고 이렇게 대답했다.

“언젠가는 해야 되겠다고 생각했지만, 그 누구도 먼저 해보자고 하진 않았던 그 일을 시작할 때가 된 것 같네요. 그래요 이번 달부터 시작해봅시다.”


그렇게 표류하는 배처럼 일하던 우리팀은, 하나의 목적을 향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바로 우리 브랜드의 정체성 찾기. 그 때부터, 브랜딩이라는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여러 브랜딩 서적을 찾아 읽고 아래와 같은 프로세스로 브랜딩 업무를 진행해보기로 했다.



[ 브랜딩 7단계 수립 ]
1. 브랜드 스토리텔링 구체화하기
2. 타겟 고객 설정 및 고객 페르소나 설정(청자)
3. 브랜드 디자인 가이드라인 확립
4. 브랜드 페르소나 설정(화자)
5. 브랜드 톤&매너 확립
6. 오프라인 브랜딩 전략
7. 온라인 브랜딩 전략




오늘은 그 중에서도, 브랜드 스토리텔링에 대한 내용을 해보고자 한다. 브랜딩에 정답은 없으니 이런 순서로 이런 방법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 그냥 갑자기 시작하려면 막막한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냥 이렇게 접근해보는 방법도 있다~ 참고만 하면 좋을 것 같다.

특히 브랜드 스토리텔링은 브랜드의 가장 근본이 되는 내용으로써,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했던 내용이다. 새로운 브랜드를 시작하는게 아니라, 이미 출시된 지 5년이 지난 브랜드의 스토리를 다시 재정립하는 것은 더욱더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초심을 되찾기로 했다.



1. 우리는 이 서비스/제품을 왜 시작했는지 – 초심
2. 이 서비스/제품의 목적이 무엇인지
3. 앞으로 우리는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기를 원하는지



1. 우리는 이 서비스/제품을 왜 시작했는지

1번의 경우는 사실, 회사 설립자인 대표님의 스토리가 그 자체이기 때문에 많은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회계사/투자자였던 대표님이 아무 연관이 없던 창업을 시작하게 된 얘기. 그 때 초창기 함께했던 사외이사님들의 이야기 등등 그 어떤 사소한 얘기라도 도움이 된다. 팀원 모두 초창기 멤버가 한 명도 없었기 때문에 ‘아 우리 브랜드가 이렇게 시작되었구나, 이런 히스토리가 있었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2. 이 서비스/제품의 목적이 무엇인지

목적이요? 돈 버는 거죠! 이런 일차원적인 얘기를 하자는 게 아니다. 우리가 우리 서비스, 브랜드를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고 싶은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 브랜드는 식음료이기 때문에 일차원적으로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자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걸 넘어서는 우리만의 스토리와 핵심 가치를 찾아야한다.

우리 브랜드 같은 경우는, 음식의 맛은 기본이고 좀 더 좋은 재료를 더욱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고자 노력했다. 뿐만 아니라 바쁜 일상 속 직장인들을 위해 일탈의 순간을 제공하는 이국적이면서도 편안한 인테리어로 휴식의 공간을 제공하고자 했다. 이런 좀 더 딥한 내용들을 고민하고 함께 논의해봐야 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는 우리는 이런 목적을 가지고 있는데 실제로 고객들도 이런 내용에 대해 공감하는지 우리만의 허상된 꿈은 아닌지도 짚고 넘어가야한다.

3. 앞으로 우리는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기를 원하는지

2번과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살짝 결이 다른 얘기다. 3번은 좀 더 미래지향적인 포부가 담겨있어도 좋다. 2번은 현재의 우리 브랜드에 적용되는 좀 더 현실적인 내용이라면 ‘000=XXX’ 이런 브랜드 각인이 되려면 좀 더 앞으로의 방향성을 담을 수 있는 내용이 논의되면 좋다.

우리도 사실 아지트 같은 편안한 공간에서 맛있는 음식으로 일상의 휴식을 선물하고자 했지만, 우리 브랜드 특성상 점심 피크타임에는 복잡하기 때문에 엄청 편안한 느낌을 받기는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브랜드의 방향성을 즐거움에 좀 더 초점을 맞춰 변경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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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브랜드에 충분한 대화를 나누고 나면, 이 내용을 바탕으로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메인 슬로건, 메인 메시지, 핵심 키워드를 정했다. 메인 슬로건 같은 경우는 10자 ~ 15자로 짧게 핵심가치를 담고 있어야한다.

메인 메시지는 축약된 슬로건을 20자 ~25자 정도로 좀 더 풀어서 설명할 수 있는 내용이다. 핵심 가치/키워드는 우리의 스토리 안에 이 키워드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내용들이다.

우리는 브랜드의 공통된 내용을 바탕으로 슬로건과 메시지 키워드를 설정하였고 각자 슬로건을 만들었다. 그리고 직원 투표로 우리 브랜드의 정체성을 가장 잘 설명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슬로건을 선택하였다. 나만 공감하는 브랜드가 아니고 우리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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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말로는 쉬워 보이지만 이 1단계에 대한 내용을 진행하고 선택하는 데만 1달 반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물론 우리 브랜드는 지난 5년의 히스토리들을 모두 고려해야했기에 더 많은 대화의 시간이 필요했을 수도 있다. 아직도 브랜딩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1단계부터 시작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P.S. 다음 시간에는 우리 브랜드의 타겟 고객을 설정하고 페르소나를 설정했던 스토리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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